기념비적인 원투펀치를 통해 메탈리카는 스래시메탈의 청사진을 제시했고 그 첫 두장의 음반으로 스래시 장르에 세계관을 부여했다. 디럭스 셋으로 나온 리이슈는 다양한 얼터네이트 믹스, 데모 그리고 라이브 실황을 담고 있다.

장광설 없이 어떤 음반들은 음악의 방향을 심원하게 바꿔놓은 탓에 그 음반들이 나오기 이전의 세상이 어땠는지 상상을 어렵게 한다. 메탈리카의 83년 데뷔작 kill'em all은 단출하게 시작한 스래시메탈이고 이후부터 지구상에 활동하던 다른 모든 스피드 혹은 극단적 경향의 메탈밴드들의 템플릿을 세워버렸다. 물론 kill'em all 발매 당시 이미 결성되어있었던 개척자들 즉 슬레이어와 엑소더스 그리고 앤스랙스와 보이보드를 언급할 수도, 심지어 그 밴드들이 메탈리카와 동일한 템포와 공격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80년대 초반 메탈언더그라운드는 어쨌든 다들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더 빠르고 헤비한 그리고 무엇보다 모터헤드, 베놈, 머시풀페이트 등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스래시메탈 1기의 주요 참여자들은 kill'em all이 그들이 찾고있던 사운드의 기틀을 제시했음을 스스럼없이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한번 메탈리카가 그 흐름에 올라타자 다른 모두가 따라간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음반을 다시 들어보면 라몬스의 첫 석장의 음반을 다시 듣는 것 같다. 즉 이 음악은 당신이 지금 살고있는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많은 다른 아티스트들은 이후 그 강도에 몇가지 층위를 더했을 뿐이다. 그 시기 그 음악들이 어찌나 혁명적이었던지 그 센세이션을 다시 재창조할 길은 없다. 오늘날의 기술로 시퀀싱한 사운드는 더 날카롭고, 쏟아지는 리프들은 직선적 스래시보다는 전통적인 메이든/프리스트 류에 더 가깝다. 그러나 물론 whiplash나 metal militia처럼 징징대는 리프가 노래를 밀고나가는 순간들도 있다. 여기가 메탈리카의 목적 감각이 빛나는 순간이고 그들이 어째서 데뷔하자마자 장르를 정의해버린 힘이 될 수 있었는지 깨닫게 한다.

여기서 클래식 락 팬들에게 레드제플린의 첫번째 앨범이 그러했던 것처럼 메탈헤드들에게 메탈리카의 이번 재발매 음반이 "강요된 청취"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kill'em all의 오리지날 프레싱은 오래됐는지는 몰라도 뭉개진 믹스같은 이유로 곤란하거나 하지는 않은듯하다. 리마스터링을 통해 눈에 띄게 발전된 부분도 딱히 있거나 하지 않다. 따라서 당신이 이 박스셋을 갖고 있다면 음질의 개선은 기대하지 마라. 그리고 가지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봐라. 본 음반에 더해진 몇시간짜리 미발매 음원에 비싼 돈을 지불할 필요가 있을까? 입문자 그리고 심지어 충성스러운 팬들에게도 그 대답은 불행히도 어쩌면 아니오다. 모든 엑스트라 음원들은 끌리기는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 실황이 실려있는 몇 개의 공연 음원들, 데모 그리고 초기 믹스, jump in the fire와 whiplash 싱글(두 곡 모두 b면에는 동일한 두 라이브를 담고있지만 불필요하다) 그리고 드러머이자 밴드의 대변인격인 라스 울리히의 1시간 이상 분량의 긴 인터뷰가 실려있다. 밴드의 악명높은 다큐인 some kind of monster가 당신으로 하여금 1시간 이상 울리히가 하는 말을 듣는걸 주저하게 했을 수 있겠지만 그의 q&a는 실제로 밴드의 초창기 시절을 상당히 조명하고 있다.

비록 러프 믹스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이긴하지만 더 풍성하게 발전된 곡들은 원작에 대한 놀랍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motorbreath나 hit the lights같은 클래식들은 실제로 소리가 더 풍성해졌고, 기름지고 활기가 생겼다. 이렇게 더 유기적인 형식을 갖출수록 음악에 숨통이 트였다. 명백히 시간이라는 관습적 지혜는 이 음반의 사운드가 대중이 소비하기에는 지나치게 날 것이라는 의견을 지배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오늘날 밴드들은 이렇게 루즈하고 의도적으로 거친 소리를 얻기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 우리는 마침내 아마도 마지막일 kill'em all 믹스를 보게 됐다. 이전까지의 버전은 너무 (소리가) 제한돼 있었는데 이는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당시로서는 아직 나온 적 없던 프로덕션상의 접근법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새로운 마스터링 작업은 메인 믹스를 특별히 잘 뽑아내지 못했다. 모든 악기에 적용된 대부분의 리버브는 꽉 조이고 자연스럽지않은 퀄리티만을 노출한다. 앨범 내내 보컬과 스네어 소리는 크게 도드라진다. (예를 들어 the four horsemen에서 pestilence라고 제임스 헷필드라고 외칠 때) 에코의 잔향은 돌연 닫혀버린다. 만약 이 앨범을 조악한 카세트나 차 안에서 혹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들어본다면, 아마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뭉쳐지고 닫힌 리버브는 이 음반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되었다.

라이브 음원의 경우, 이를 가리켜 "부틀렉 음질"이라 부르는건 관대한 표현일 것이다. 매번 똑같은 바로 그 노래들을 몇번이나 연거푸 담아놓음으로써 매우 빨리 낡게 된다는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아마도 팬들이 동경하게 될 한가지는 바로 밴드의 차기작인 84년작 ride the lightning 수록곡들의 초기 공연이 갖는 역사적 가치이다. 예를 들어 84년 1월 연주한 "fight fire with fire"는 섬세하고 랜디 로즈로부터 영향받은듯한 클래시컬한 이 곡의 기타 인트로가 실제로 연주되는 순간을 담고있다(훗날 라이브에서는 이 인트로를 모두 쳐낸 연주를 하고 있다). 방 안에서 공연실황을 듣는 재미는 분명 짜릿하겠지만(보스턴에서 강도를 당한 후 앤스랙스의 장비를 대여해 연주했던 일에 대해 헷필드는 관객들에게 유머를 섞어 설명한다) 과거 음원을 듣는 것은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고고학적 행위에 더 가깝다. 물론 이는 재밌고 헷필드가 "어서, 망할 pa(음향시설)보다 더 크게 소리치라구"라고 소리칠 때 실제 그 광경을 머리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리듬기타인 헷필드와 리드 기타리스트인 해밋 두사람간의 협주를 식별하기가 어렵다. 밴드의 오리지널 멤버 두 명의 역동적인 기타 연주를 들으려면 이보다는 차라리 더 유용할 no life til leather의 완전 초기 데모를 들어보는게 나을텐데 이를 연주한 이는 당시 그들의 동료였던 스래시 설계자이자 훗날 메가데스의 리더인 데이브 머스테인이다(해밋은 메탈리카의 첫 다섯장의 음반들에서만 리드기타를 연주했다).

kill'em all의 막 나가는 가사는 모터헤드의 떠돌아다니는 해적들의 정서를 버릇없는 미국 아이들을 위해 업데이트했다. 예를 들어 헤드뱅잉의 송가인 whiplash의 "The show is through, the metal's gone / It's time to hit the road / Another town, another gig / Again we will explode"같은 가사에서 보듯이 말이다. L.A 헤어(hair) 메탈과 주류 팝음악을 향한 증오로부터 동력을 얻은 탓에 과거라면 절대로 꿈꾸지 않았을 것들을 8년 후에 밴드는 기꺼이 껴안을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항하는 바로 우리'라는 멘탈리티를 공유하는 전세계의 메탈헤즈들을 위한 단합의 트럼펫 소리를 울리면서 kill'em all은 세상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물론 오늘날 그 앨범이 갖고있는 젊은이들의 피해망상은 어리석고 미숙해 보인다.

사실 그러한 태도가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1984년 메탈리카가 ride the lightning을 내놓았을 때 젊은이들의 그 순진함은 뒤로 많이 밀렸다. 그렇다. 만화책과 던전 앤 드래곤 류의 판타지를 향한 해밋과 베이시스트 고(故) 클리프 버튼의 매혹은 the call of ktulu에서 머리를 들고있다. 그러나 ride the lightning에서 밴드는 더이상 거리의 갱이 아니라 쉽사리 해결되지않는 인생이라는 현실에 대항할 방패로서 그들의 사나운 사운드를 이용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젊은 남성성과 조우한다.

ride the lightning은 사형, 죽음, 자살 그리고 핵 절멸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관심사들은 메탈 음악의 표준적인 단어들이 될 수 있다. 음악적으로 이 앨범은 스래시가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교차하는 지점을 재현하고 있다. 더욱이 기술, 구조, 기량 그리고 야망도 커지고 있다. 넓어진 시각과 뮤지션으로서의 상승한 기량과의 조합은 메탈이라는 장르 전체를 얼빠진 사춘기적 표현으로부터 하나의 예술형식으로 각인했다. 이는 생각하는 성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이들이 (청소년이라는)기본적인 인구학적 집단으로부터 벗어난지 한참 후에도 이들을 (지속적인) 리스너로서 유지하게했다. 즉, ride the lightning은 메탈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발전해나간 한 순간이다. 이 앨범 이후 스래시메탈은 끝없이 향상하는 기술적 역량을 경쟁하는 경주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비록 이렇게 장르의 아이콘이 되고 이미 멀티플래티넘을 기록한 음반이 심지어 디럭스한 리패키징으로 다시 나온 적이 있었던가? 이번에 새롭게 확장된 버전은 더 많은 라이브 쇼(1985년 캐슬 도닝턴 Castle Donington 출연분), 데모, 러프믹스, 그리고 이번에는 클리프 버튼과 커크 해밋이 출연한 오디오 인터뷰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kill'em all을 뛰어 넘는다. 비록 라이브 레코딩의 질은 많이 쳐줘도 얼룩덜룩하다. 예를 들어 1985년 3월에 연주한 fight fire with fire은 원래 음정으로부터 이탈한다. 빈틈없이 딱 맞아 돌아가는 매력넘치는 연주와 창고 안에 그냥 처박혀있어야할 난처한 재난 사이에 괜찮은 부분도 있긴하다. 그런데 이 컬렉션 전체는 너무 자주 후자에 기댄다. 심지어 때로는 메탈리카 특유의 강력한 라이브가 진행되는 부분에서조차 음질은 더 개선됐어야 하는 상태로 너무 많이 남아있다. 이 시기 이후에 나온 더 나은 음질의 레코딩이 존재한다면 그걸 입수한다음 대체해서 발매했어야 했다고 청취자들이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 두 음반이 미친 수치화할 수 없는 임팩트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들기 위한 명분 하나 갖는다고해서 누가 다치는 것도 아니다. 강박적인 전작주의자나 컬렉터들은 이 박스셋에 코를 박고서 많은걸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 수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데모와 러프믹스일 뿐이고 이 박스셋은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 바이닐, cd 그리고 울트라 디럭스 세트간의 내용물 차이를 탐구하는 일이 짜증나고 혼란스럽다는건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이 두 음반이 나왔던 중요한 시기동안에 라이브 공연을 통한 메탈리카의 발전상의 궤적을 쫓는 일을 즐기는 헌신적인 팬일지라도 여기서는 실망하기 십상이고, 차라리 이 박스셋 대신 유튜브를 접속해보라는 충고를 들을 것이다.

 

원문 주소

https://pitchfork.com/reviews/albums/21755-kill-em-allride-the-light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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