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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하여>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책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날로 둔감해져만가는 대중의 인식능력전반을 꼬집으면서 이를 현재의 비극 즉, 이라크 전쟁을 승인해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가고있다. 인문학적 사유를 통한  反戰서적이라고나할까. 번역본상으로 180여페이지되는 이 책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한문장으로 요약된다.

"고통받고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주는 셈이다."(154p)

이를 조금 길게 다시 풀자면
"극소수 교육받은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습관을 보편화하고있는 셈이다. ... 모든 사람들을 일종의 구경꾼으로 보는 것이 바로 이들의 방식이다."(163p)

이에 대해 손택은 다음과 같은 반성과 태도를 요구한다.
"상기하기는 일종의 윤리적 행위이며, 그 안에 자체만의 윤리적 가치를 안고 있다. ... 따라서 상기하기가 일종의 윤리적 행위라는 믿음은 우리도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있으며, 세상이치에 따라 우리 눈앞에서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닌 본성 한가운데에 깊숙이 놓여있다. ... 화해한다는 것은 잊는다는 것이다. 즉, 화해하려면 기억이 불완전하고 한정되어있어야한다."(168p)

통렬한 지적과 비판의 연속이지만 책의 결말은 다소 유보적이며 그 전까지 이어오던 강건한 어조의 일관성이 흐려져있다.  "우리는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184p) 결국 이미지를 통해서 뭔가를 느낀다거나 배운다는 것은 애초에 한계가 있으며 또 그 자체가 치명적인 실수일 수 있다. 다시말해 인간이 이미지를 이해한다는건 이미지 자체와 그것이 품고있는 미적 논리보다는 그 이미지를 둘러싼 논의와 담론 속에서라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이라크전 발발 이후 그녀의 사망 직전에 발표된 이 책에는 그 즈음에 쓴 다른 에세이들도 함께 실려있는데 어수선하기만한 세상을 바라보는 노인의 근심과 페시미즘으로 꽉 차있다. 역시 최근에 사망한 커트 보네것의 마지막 에세이집 <나라없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보네것쪽이 훨씬 유머러스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셈이었다.

덧.위에 옮겨놓은 대목중에서 168페이지 마지막은 누가 꼭 좀 읽어봤으면. 하는 짓이 그대로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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