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으로 들어가기까지 그의 모습은 흡사 첩보원을 방불케한다. 엘레베이터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자 다른 층수를 누르고 본인이 내리기 전에는 그 위의 층 버튼을 누르는걸 잊지않는다. 혹여나 누구와도 시선을 부딪치지않으려 조심조심 그렇게 그는 콜걸이 기다리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일이 끝난 후 옷을 입고 떠나려는 그에게 갑자기 그녀가 도와달라고한다. 살짝 당황하던 그는 그 내용인즉슨 본토에서 와 광동어를 잘 알아듣지못하는 탓에 대신 휴대폰 심카드 충전을 도와달라는 부탁임을 알고는 안도한다. "난 또 당신을 구해달라는 말인 줄 알았잖아요" 요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는 자책과 함께 웃어넘기며 그는 그녀의 핸드폰을 손에 든다. 몇번의 입력실수가 이어지고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다.

무미건조하기 짝이없던 섹스보다 오히려 이 짧은 찰나의 순간 두사람은 진정으로 가까워진듯 보인다. 그렇게 충전이 끝나고 그는 호텔방을 빠져나온다. 늘 일(?)을 해야하는 탓에 한번도 제대로 홍콩구경 한번 해보지못하고 초저녁 잠시 시간이 나면 늘 가곤했다는 호텔건너편 국수집에 그도 들러 고기국수를 사먹는다. 그는 어쩌면 그녀를, 그녀의 말을 떠올렸던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그녀는 그에게 정말로 자신의 지금 처지에서 빠져나오게 해달라고 말하고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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