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자리가 뭐가 그리 대단하죠? 뭐 때문에 그만 두지 못하는겁니까?"

주인공 지미는 현재 회장인 록에게 묻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내내 나도 똑같이 묻고있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결국 자리다툼하는 치사한 남자들의 비열한 거리 위의 협잡과 배신을 다룬다. 새로 회장을 뽑아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현임 회장과 차기 주자는 서로 으르렁대다가 납치하고 협박하고 고문하고 개싸움을 벌인다. 이 영화 뒤에 나온 두기봉의 차기작 <방축>과는 정반대로 인물들 사이에 의리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배신과 음모와 폭력 그리고 속임수만이 이어진다. 추천을 받고 신임을 얻기위해 조직의 원로들을 찾아가고(매수하고) 상대의 약점을 잡고 제거하려하는 이 모든 과정을 놓고보면 이 영화는 공정한 룰 위에서 진행된다고믿는 현재 대의민주주의 선거제도에 대한 비아냥으로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중국과 홍콩의 주종관계가 끼어들면서 그 색깔이 달라지기시작한다. 본토에서 합법적 사업권을 얻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회장선거에 뛰어드는 지미는 스스로를 사업가일뿐이라고하지만 서서히 권력쟁탈전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그는 무자비해지고 급기야는 인간성을 버린 무자비한 갱스터로 거듭난다.

그렇게 결국 용두봉을 차지하게된 지미. 그러나 홍콩 조직들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중국 공안부장은 그에게 이제 조직의 룰을 바꾸라고, 소모적인 이런 선거전은 더이상 안된다며 족벌세습체제로 바꾸라고 강요한다. 더러운 싸움을 계속 이어가라고 명령하는 주인과 결국 명령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은 노예는 절망한다. 이제 자신에게 어떠한 선택권도 없음을 알아버린 지미의 허망한 뒷모습은 보일듯보이지않는 그 권력의 실체를 짐작하게한다.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서는 서구식 민주주의보다는 본토식 중앙집권주의를 따르라는 대륙으로부터의 명령? 이처럼 직접적으로 현 정치상황을 은유하는 장르영화는 얼마만인가.

 덧

1. 두기봉의 영화를 처음 봤다. 뭔데 그렇게들 난리가싶어 보게된 영화였는데 확실히 이사람이라면 <암흑가의 세사람> 리메이크를 믿고 맡길만하겠구나싶다. 어서 빨리 만들어주세요. 기대하고있습니다.

2. 얼마전 <방축>을 봤다. 아 이사람이 액션씬을 할줄몰라서 <흑사회>를 그렇게만든게 아니었구나. <흑사회>와는 내용이나 스타일에서나 180도 다르다. <방축>얘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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