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마다 항상 드는 궁금증. 과연 감독과 작가들은 진정 저 아이들의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서 만들고있는걸까? 출연하는 배우에게 한번쯤은 너라면 어떻게했겠니라고 물어본적 있을까? 열살 꼬마든 팔순 노인이든 만드는 이가 그 등장인물에 대한 모든걸 파악하고 그들의 입장과 심리를 이해한 상태에서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아이들을 다루는 영화는 좀 달라야하는거아닌가 하고 평소 생각해왔는데 그건 아이들이 너무 소중해서, 아이들은 보호받아야할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반대로 그 영화를 보는 성인 관객인 내가 중요하기때문이다. 왜곡된 묘사는 (아이들보다 전혀 판단력이라는 측면에서 우월할 바 없는)어른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남기기때문이다. 사실상 아이들은 어른들만큼이나 그들이 어느 시대에 살고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 개인들의 무리이다. 우리나라에서 90년대에 이십대를 보낸 지금의 삽십대와 2007년을 살고있는 지금 내 또래의 이십대의 삶이 판이하듯 90년대에 십대를 보낸 내 또래들과 2007년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지금의 청소년들의 삶의 간극은 다리가 무너져 건널 수 없는 강과 매한가지이기때문이다. 단적으로말해 고등학교때 처음 인터넷을 접한 나와 초등학교시절부터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온라인게임을 즐기기시작한 지금 내 조카또래의 아이들과 대화하기위해서는 최소한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얼마전 나는 아이들의 은어를 이해못해 잠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아이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대개 두서너가지 중 하나로 묘사되고있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똑똑한 자식이거나 반대로 부모 속 썩이는 애물단지로서 부모라는 성인 주인공의 삶에 개입하는 조연(주변요인).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로맨티스트이거나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아 도약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의 기로에 서는, 실제라면 스무살이 지나고 한참 후에나 닥칠 인생의 "최종 관문'이나 '최종 심판'에 직면하는 햄릿형 인간. 즉,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이 십대를 다룰때 그들은 너무 안이하거나 아니면 쓸데없이 오바하고있다는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가 중고등학교다니던 시절엔 "어른들은 몰라요"나 "학교" 아니면 ebs에서 곧잘 청소년드라마를 볼 수 있었는데 볼 때는 즐겁게봤지만 과연 내가 저 이야기들에 얼마나 공감했었는지를 더듬어보면 뭐라 딱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김영하가 지적했던 '눈물 오리엔탈리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어른스러운, 더 직접적으로말해서 꼰대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고있지는않은가하는 의문.


따라서 이런 경우 청소년을 다룬 창작물을 두고 작품이 그걸 만든 어른의 시선으로 만들어졌는지아닌지의 여부를 가리는 나 혼자만의 방법이 있다.

첫째, 해당 창작물이 청소년의 기쁨보다 그들의 슬픔을 강조하고 그것을 과장할 때. 둘째, 청소년들의 일상보다 비일상적 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셋째, 푸훗하고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지 아니면 감탄이나 한숨을 짓게만드는지. 이 세가지 사례에서 후자의 반응을 유도하면 그건 어른들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물론 이건 무척이나 거친 분류임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한번 시험해보시기를)

이렇게 길게 흰소리를 늘어놓은건 결국 트뤼포가 드물게도 이러한 점에서 진정성을 갖춘 작가였다고 말하기위해서라는걸 알아챘을 것이다. 비록 실제 존재하지않는다하더라도 창작자가 자신이 만드는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해 진실한 애정을 품고있을때 그 영화가 비로소 현실적 질감을 얻는거라고 평소 굳게 믿고있는데 트뤼포야말로 그런 점에서 진정한 박애주의자이다.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등장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주고싶고 영화 속 선생님들과 각본가 그리고 트뤼포에게는 직접 만나서 존경의 의사표시를 하고싶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영화가 어떻게 아이들을 다루고있는지를 묘사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영화 앞에서 한줌의 언어는 그저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한건 이 영화 안에는 나와 당신과 우리모두의 학창 시절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시계를 바라보며 수업 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친구들 앞에서 재미있는 (야한)이야기를 해주고 친구의 어머니를 짝사랑하고 돈을 벌기위해 친구의 머리를 깎고 부모의 비싼 어떤 장신구보다도 자신의 장난감이 제일 소중한, 그래서 9층에서 떨어져도 털끝하나 다치지않는 어른보다 강한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아이들보다 더 철딱서니없는 애들보다 못한 부모, 자기 자식을 학대하고 아이들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재단하려드는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부모, 그리고 겉으로는 딱딱하고 무심한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고민하고있는 선생님들이 있다.    

이미 언급했듯 이 영화엔 보고있으면 유쾌해지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진다. 절대로 한없이 맑고 투명하지만은않았던 우리 모두가 거쳐온 '동심'의 시절이 인위적 가감없이 솔직하게 묘사되어있다. 그러다 후반부에 이르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리셰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꽤 긴 시간동안 수업 아닌 수업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작진이 꼭 전하고싶었을 직접적인 이 메세지는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건네는 사과임과 동시에 성인들을 향한 부탁이기도하다. 이러한 이유로 꼭 한번쯤은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그리고 더 나아가 꼭 한번쯤은 우리 배우들이 연기하는 이런 유쾌한 청소년 드라마를 보고싶다.

덧. 보는내내 한글 자막을 꼭 만들어보고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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