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란 상류층의 두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이혼직전에 이른다. 단 하루도 쉬지않고 싸우면서. 그러다 심리상담사를 만나 남자가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면서 부부는 '재결합'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 이란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미지와 이란 영화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아무런 연관이 없다. 호메이니, 아시아 축구 강국, 불안한 중동 국가라는 지극히 껍데기뿐인 이미지의 반대편에는 인간의 선함을 지극히 소박한 서민들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풀어내는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로 대변되는 이란 영화들이 있다. 위험한 편견이란걸 나도 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나의 선입견을 깨뜨리고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있어서 거부감은 적을지몰라도 너무 낯익고 익숙한 모양새여서 여성영화제라는 타이틀에서 품었던 일말의 기대(비록 그것 역시 편견이라하더라도)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영화제에서 이토록 전형적인 장르물을 보게될줄은 몰랐는데 절대 물러서지않는 남녀가 쉴새없이 말을 주고받고 투닥투닥하고있으니 스크루볼코미디와 <사랑과 전쟁>(두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컨설턴트 혹은 중개인의 존재와 남발되는 플래시백)의 어디쯤 서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영화였다.

이란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려노력했지만 영화는 분명 한계를 곳곳에서 드러낸다.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를 내면화하고있는 남자주인공 유세프는 아내인 사예를 때리지않는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벨트로 때리며 살아왔지만 유세프는 쉴새없이 협박은 할지언정 직접 때리지는 않는다. 반면 세련되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인 사예가 아무리 저항을 해도 그녀를 둘러싼 이란 사회의 차별구조는 견고하기만하다. 여성과 개는 들어오지못한다는 간판이 버젓이 걸려있는 사회에서 소리치고 싸우는 사예가 나에겐 무슨 간첩이나 외계인처럼 보였다.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사회에서 과연 그런 인물이 가능할까?

대표적으로 마지막장면에서 보듯 재결합하기로한 뒤 화해기념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주인공의 사회경제적위치는 이 영화의 다른 모든 등장인물에게도 해당된다. 모두들 외제차에 휴대폰을 갖고다니고있고 엄청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집과 (차도르를 썼을지언정) 전형적 커리어 우먼 차림을 하고있는 등장인물의 패션은 여기가 할리웃 어느 거리인지 테헤란인지 착각할 정도다. 단 한명도 평범한 테헤란의 갑남을녀는 보이지않는다. 게다가 캐릭터나 드라마가 전혀 없어 들러리밖에 되지못하는 성전환수술(희망)자는 뭔가? 이것이 이란 사회의 변화양상인가? 이건 그저 나열이고 전시에 지나지않는다.

게다가 결국 아마추어틱한 정신분석학 내지는 심리학에 기대는 결말도 정말 안이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구조를 깨부수는건 개인의 노력부터라고하면 할 말 없지만 거대한 구조 앞에서의 개인의 노력은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몸부림에 지나지않아 보인다. 감독은 지나치게 미시적인, 그것도 상류층의 미시적 갈등만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진정 몰랐을까? 그저 '우리나라 이만큼 변했어요'라고 보여주고싶었던걸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