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처음보고 든 생각은 알레고리에 집착하고있다는 것, 그리고 혹시나 감독이 문학에 조예가 깊지않을까하는 것이었고 확인 결과 아닌게아니라 처음에 소설가로 데뷔를 했었단다. 그러다가 각본가로 영화계에 입문해 결국은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것.

영화는 보는내내 그의 출세작인 <크라잉 게임>을 떠올리게만든다. 대사는 한줄한줄이 세심하게 공들여 쓰여있고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사랑, 그리고 크고 작은 은유와 상징이 계속 이어지고 전체적으로 그것을 둘러싼 알레고리가 떠받치고있다는 점이 그랬다. 아, 그리고 영화의 시작을 오래된 팝송으로 시작한다는 점도.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막 감옥에서 출소한 남자가 예전에 알고지내던 조직의 보스 소개로 흑인 콜걸의 운전사 역할을 하는데 그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그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과 마찰을 빚게된다는. 이 남자는 처음 자기 집 앞에서 아내로부터 문전박대당하는 장면만봐도 안쓰러운데 불같은 성질 뒤에는 의외로 순진하고 정도 많은 그런 사람이다. 자동차 정비공 로이는 조지의 유일한 친구로서 탐정소설을 좋아하는데 어느날 조지에게 소설 한 권을 선물하고 만날때마다 둘은 소설 내용에 대해 잡담을 하는데 이는 점점 더 실제 조지가 겪는 모험을 은유하게된다.

영화의 초반, 조지는 느닷없이 엉뚱한 행동을 한다. 출소후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인 모트웰을 찾아가는 자리에서 흰 토끼 한마리를 사서 선물하는 것이다. 자신을 받아달라는 신호일 수도 있고 당신이 나에게 빚졌다는 사실을 잊지말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이후 토끼에 대한 언급은 한번도 없다가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 모트웰이 이 토끼를 안고서 조지와 시몬을 기다리고있다. 가장 친숙한 해석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빌려오는 것인데 거기서처럼 토끼는 이제 앞으로 조지가 잠시동안 겪게될 이상한 세상으로의 초대권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말은 어떤가. 조지가 읽고있는 소설에서 말은 살인범이 현장에 남겨두는 표식이다. 그런데 시몬이 찾아달라고부탁했던 캐시를 시몬과 둘이 만나게해주고나서 조지는 갑자기 흰 말 한마리를 보게되는데 이는 곧 살인이 일어나리라는 암시임과 동시에 결국 이 모든게 한편의 소설이고 이야기, 그러니까 조지의 인생에서 지나가는 그저 한편의 에피소드에 지나지않음을 암시한다.   

난 당신을 사랑하는데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않는가, 일편단심인 조지의 맘을 알면서도 시몬은 그를 끝내 받아들이지못한다. 조지가 모르는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의 뒷골목탐험은 한편의 오딧세이, 거기서 그는 결국 변태, 악당, 창녀, 동성애자들이 뒤얽힌 어둠을 경험하고 그 모험의 끝에서 아무것도 얻지못한채 결국 평범한 남자로 되돌아와 딸과 로이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정비공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주 잠깐의 여행이고 백일몽인셈. 자신이 알지못했던 어둠의 세계를 배회하다가 끝내 얻지못할 사랑으로 마음아파하다가 끝나버리는.

한번도 서로에게 솔직한적 없던 두사람은 놀이공원에서 우스꽝스런 선글라스를 끼고나서야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을 토해낸다. 이 장면은 밋밋하게 전개되던 영화에서 방점을 찍는 인상적인 장면인데 기둥을 붙잡고 끙끙대는 호스킨스의 얼굴은 베스트 컷이라 할만하다. 닐 조단의 개성이 두드러진 초기작. 최근 그는 조디 포스터 주연의 <brave one>개봉을 앞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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