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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전정보없이 보게되는 영화들이 있다.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때로 그런 영화들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되고 곧 천천히 아주 서서히 온 몸으로 스며든다.

재즈광인 베르트랑 타베르니에가 버드 파웰과 레스터 영에게 바치는 영화라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다른 불세출의 섹소포니스트 덱스터 고든의 자전적인 전기의 모양새를 한 영화이기도하다. 프란시스는 파리의 어느 클럽에서 잊혀졌던 색소폰 주자 데일 터너를 만나게된다. 피상적인 팬과 뮤지션의 관계를 넘어 두 사람은 깊은 교류를 이어나가게되는데 이혼에 실직중인 프란시스도, 미국을 떠나 유럽에 정착한 노쇠한 뮤지션도 모두 삶의 전환을 맞게되어 프란시스와 그의 딸 베랑제를 만나 힘을 얻은 터너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재기에 성공하지만 곧 죽고만다는 단순한 이야기. 그리고 이는 실제로 미국을 떠나 유럽을 떠돌던 고든의 삶과 얼마정도 유사하다. 황량하기만한 사막같은 고든의 얼굴과 목소리는 도저히 연기와 실제가 구별이 되지않고 실제로 이 영화의 발표 후 몇 해 안되어 사망함으로써 영화 속 그의 외로움을 보고있노라면 안타깝기만하다.  

이렇다할 사건도 줄거리도 없는 밋밋한 전개중에도 그가 연주를 시작하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압도되고 프란시스와 터너 두사람의 우정은 애잔하면서도 따뜻하다. 재즈를 좋아하지않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또 결코 흔하지않은 분위기를 갖고있는 영화.

물론 영화에는 고든말고도 숱한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한다. 60년대부터 고든의 밴드에서 같이 해온 드러머 빌리 히긴스부터 론 카터, 시더 월튼같은 노장부터 당시로서는 젊은 축에 속했을 허비 행콕, 웨인 쇼터, 존 맥러플린까지. 그리고 자칭 재즈광이라며 자진해서 참여했다는 마틴 스콜세지와(여기서도 어지간히 수다스럽게 나온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필립 누아레도 빼놓을 수 없다.


결말부. 영화 속 터너의 딸을 위해 작곡한 Chan's song. 실제로는 허비 행콕의 작품. 마지막 크레딧 올라갈때 나오는 스튜디오 버전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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