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축구영화를 같은 시기에 보았다. 두 편 모두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 관한 영화로 닉 혼비 원작의 <fever pitch>와 일라이자 우드가 나오는 <green street>다. 축구 팬, 그것도 열혈 팬에 관한 영화였으나 웨스트햄과 아스날이라는 팀만큼이나 주제는 전혀 달랐으니 앞의 영화가 축구를 떠나 뭔가의 팬이 된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팬질과 인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간다면 후자는 오히려 축구보다는 폭력 그것도 자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서의 폭력을 이야기하고있었다.

도대체 팬이란 뭐고 팬이 된다는건 뭘까? 그린스트리트엘리트는 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며 폴 애쉬워스는 년(year)이 아닌 시즌(season)에 맞추어 스케줄을 조정하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온통 아스날에 바치는걸까? 인간은 원래 뭔가에 애착을 두게끔 되어있어서? 즉 그만큼 현대인의 삶이 공허하기때문에? 애증의 관계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다. 더이상 팬임을 그만두고싶어도 결코 하이버리를(이제는 어느덧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경기장), 폴의 애인인 여주인공 말마따나 몇시간씩 콘크리트바닥 위에 서있는걸 거부하지못하는 그런 삶 말이다. 고스란히 자기 삶의 일정 부분을 떼어갖다바쳐도 손해라고 생각하지못하는 기저에는 맹목적 충성이라는 그다지 현대사회와는 어울리지못하는 가치가 숨어있다.  

<그린스트리트>는 <파이트 클럽>처럼 폭력을 통해 회복하는 남성성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에 이르면 런던에서 보스턴으로 돌아온 맷은 이제 타인에게 위협도 할 줄 아는 '대범한' 청년으로 변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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