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의 발병 이후 영국의 두 대중지가 선정적인 표현으로 천황의 전쟁책임을 규탄했던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해당 신문만이 아니라 영국정부에게까지 항의를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때 외무성의 대응은 국제적인 실소를 자아냈었다. 대중지의 논설에 대해 어떤 권한과 책임도 갖지 못한 영국정부에 대해 항의한 것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중대한 착오는 대중지의 선정적인 표현이 일본인을 매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천황의 전쟁책임에 관한 그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점이다. 만일 어느 대중지의 논설을 사실무근의 매욕이라고 한다면 천황에게 전쟁책임이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일부러 중심점을 애매하게 만들어 정서적인 반응을 하게 되면 그것은 사실상 영국 대중지의 비판이 정확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된다. 긁어 부스럼만들기란 바로 이런 것을 가리킨다. 정부는 천황의 전쟁책임에 대해 모른다는 시늉을 하려고 이 정도의 추태를 부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정부의 행동은 일본인은 정서적이라 이성적인 사고가 나오지 않는다는, 구미에 강하게 남아있는 예의 스테레오타입을 보강시켜줄 뿐이다."

 

사카이 나오키, <사산되는 일본어, 일본인>, 1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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